왜 매주 일회용 앱을 만드는가
16년 차 개발자가 완벽한 제품 대신 매주 가족을 위한 일회용 AI 앱을 만들기로 한 이유. 인스턴트 소프트웨어 채널의 매니페스토.
아침. 딸이 옷장 앞에 서서 묻는다.
“엄마, 오늘 뭐 입어?”
매일 아침이다. 일곱 살은 옷장을 열어두고 발을 동동 구른다. 날씨 앱을 같이 본다? 숫자만 보고 뭘 입을지 모른다. “긴팔 입어”라고 말해주면? 5분 뒤에 또 묻는다.
머리는 자동으로 큰 그림을 그린다. 옷 사진 데이터베이스. 추천 알고리즘. 부모 관리자 페이지. 학습 모델. 옷장 분류 태그. 출시. 회원가입.
머리로 그림을 그리는 사이, 딸은 옷을 혼자 고르게 된다. 나는 여전히 첫 번째 릴리스를 준비하고 있다.
컵라면 같은 소프트웨어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매주 하나씩, 일회용 앱을 만든다. 우리 가족만 쓴다고 가정하고 만든다. 디자인 시스템도, 회원가입도, 다국어도 없다. 어설픈 UI에 기능 하나. 컵라면처럼 한 끼를 위해 만들고, 다 먹고 나면 버린다.
이걸 “인스턴트 소프트웨어”라고 부르기로 했다.
대신 한 가지는 보장한다 — 진짜 쓴다.
일주일 써본다. 안 쓰면 그 프로젝트는 거기서 끝이다. 회고 한 편 쓰고 다음 주에 다른 걸 만든다. 쓰면 그대로 켜둔다. 그게 전부다.
16년 차의 직업병
개발자로 16년을 살았다. 머리가 자꾸 “확장 가능한 제품”을 그린다.
확장 가능한 제품을 만들려면 가설부터 다듬어야 한다. 시장도 봐야 하고, 인프라 설계도 해야 하고, 디자인도 다듬어야 하고, 백오피스도 짓고, 결제도 붙이고, 약관도 써야 한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자란다. 옷장 앞 질문은 어느 날 사라진다. 나는 다음 주제로 옮겨간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었다. 우리 가족이 지금 당장 쓸 도구였다. 그 둘은 다른 일이다.
머릿속 견적서를 찢는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머릿속 견적서가 같이 떠오른다. 인증, 데이터 모델, 권한, 결제, 약관, 배포 파이프라인. 견적이 나오면 결론은 항상 같다. “지금은 아니다.” 그래서 3년이 지난다.
인스턴트 소프트웨어는 그 견적서를 찢는 자기 규칙이다. 이번 주에 만들 수 없는 건 안 만든다. 다음 주에 만들 수 있는 작은 버전을 찾는다. UI는 버튼 하나. 데이터는 텍스트 파일. 사용자는 우리 가족.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집 데스크톱의 전원 버튼이 책상에 앉아서 손이 닿는 위치에 없다. 그래서 와이프가 데스크톱을 쓰려면 매번 일어나야 했고, 결국 사용 자체를 싫어하게 됐다. 처음엔 물리 스위치를 연결할까 했는데, 그러다 생각이 바뀌었다. 소프트웨어로 풀면 되겠다.
그게 작동하지 않으면 빠르게 다음 걸로 넘어간다. 작동하면 그대로 둔다.
매주 하나씩 올린다
채널에 올라가는 건 두 가지다. 만드는 과정. 그리고 일주일 써본 결과.
잘 쓴 것도, 안 쓴 것도 그대로 보여준다. 실패한 가설은 회고편으로 따로 정리한다. 가족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때가 있다. 모든 출연은 본인 동의를 받고, 얼굴 노출 같은 건 최소화한다.
첫 번째 앱
이미 코딩은 끝났다. 7살 딸용 음성 앱 MorningMate — 큰 마이크 버튼 하나, “오늘 뭐 입어?” 한 마디, 한 줄 답변. 거실에 거치한 남는 폰에서 동작한다.
다음 주에 1화 영상이 올라간다. 그 다음 주에는 다른 걸 만든다.
딸은 매일 자란다. 이번 주에 하나, 다음 주에 또 하나.
완벽하진 않지만 진짜 쓰는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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